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는 날씨가 유난히 따뜻했다.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가 높다 보니 참외 넝쿨이 한 달 만에 이랑에 가득 차도록 자랐다.
예년보다 빨리 자란 것이다.
꽃도 잘 피고, 열매도 잘 달렸다. 맏물 참외가 줄기마다 2개에서 4개까지 달렸다.
1월 중순 즈음, 농부들은 참외가 잘 되었다며 모두 싱글벙글했다.
그런데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맏물 참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맏물은 한 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따버린다.
그 한 개도, 상품 가치가 없는 작은 것을 놔두고 큰 것들을 따버린다.
겨울에 열매를 익게 하려면 영양분이 열매로 많이 가야 하고, 그러면 뿌리와 줄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참외가 많이 달릴수록 뿌리와 줄기는 약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부들은 꽃이 많이 피고 열매가 많이 달리면 그것을 따내기가 쉽지 않기에 그냥 둔다.
지난 1월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넝쿨이 아주 좋으니까, 농부들이 뿌리도 좋은 줄 알고 참외가 많이 달린 것을 아주 기뻐했다.
사실은, 날씨가 따뜻해도 기온이 낮아서 넝쿨이 웃자라기만 했지 뿌리는 생각만큼 깊이 뻗지 못했는데 말이다.
2월이 되어 맏물 참외를 수확하고 나자, 잎이 마르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난리가 났다.
농약사에 갔더니, 사람들이 넝쿨을 살리기 위해서 영양제와 비료를 많이 사간다고 했다.
그런데 농약사 사장님이 하는 말이, 손님 가운데 한 사람이 이미 한 달 전에 “참외 나무(덩굴)에 속는구나!” 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많은 농부들이 뿌리를 보지 못하고 넝쿨만 보고 속은 것이다.
풍년이라고 했던 농사가 흉년으로 바뀌어서 모두 울상이다.
손인모 농법의 비밀
11월에 씨를 심는 참외는 2월에도 수확이 가능하다.
때문에 농부들은 한창 참외 가격이 가장 비싼 이 시기에 참외를 많이 수확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손인모 씨의 하우스에는 노란 참외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초록 참외뿐이다.
저는 일부러 15일을 기다렸다가 참외 꽃을 수정했습니다.
가장 비쌀 때 빨리 참외를 수확해서 돈을 더 벌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있죠.
하지만 그 욕심 때문에 참외 나무 전체를 보지 못해요.
식물은 균형이 정확히 맞아야 해요.
참외는 한 번 수확하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5개월가량 계속해서 열매를 맺고 수확합니다.
그런데 아직 뿌리가 크지 않은 어린 상태에서 잎을 크게 키우고 열매가 많이 달리게 하면 식물에게 무리가 가기 때문에 다음 4월이나 5월 농사는 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 성주신문 칼럼 중에서
뿌리를 위해 맏물을 버릴 줄 아는 것,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농법이다.
눈앞의 이익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먼저 기본에 충실하고 균형 잡힌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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