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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유의태와 허준의 마인드

by goodmind.kr 2022. 7. 8.

동의보감 - 허준

 

소설 동의보감은 이은성 작가(1937~1988)의 미완의 걸작이다.

책 속에는 서자 출신으로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던 허준이 신분의 차별을 극복하고 마침내 최고의 의원이 되기까지 숱한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소설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대궐이 불타자 몇몇 의서를 짊어지고 피란을 떠나는 이야기로 끝이 나지만 허준은 훗날 동양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을 저술하여 역사에 길이남을 업적을 쌓는다.

 

허준의 위대한 의술과 의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의 기저에는 스승 유의태의 가르침이 자리 잡고 있다.

의원이 되고자 유의태 문하에 들어와 밑바닥부터 수년을 봉사했지만 출세길을 쫓는 허준을 스승은 너무나 냉정하고 가혹하게 대했다. 

성대감댁 부인의 중풍병을 고친 사례로 받아 든 서찰 하나로 결국 파문을 당하고 만다.

 

허준이 불꽃이 되는 성대감의 서찰을 뺏으려 한 것도 잠깐, 유의태는 이미 잿더미가 된 그 서찰을 놋화로 속에 내던지며 말했다.

 

비록 세상이 어지러워 공과 사가 애매한 풍속이기로서니 인명을 다루는 의원은 사사로운 인정으로 자격을 얻을 수 없다.
또 하나 그런 나약한 자가 내 문하에서 나왔다는 것은 나로선 참을 수 없는 수치인즉!
돌아가되 내일부터는 내 집에 다신 얼굴을 비칠 것도 없다!
네가 내게서 배운 재주로 기량을 키우려 않고 벼슬 높은 자의 서찰 따위로 네 앞날을 열려고 마음먹은 순간에 너는 이미 나를 배신한 것.
너와 나의 인연은 끝났더니라. 나가거라!

 

 

의원도 의원 나름이다.

스승 유의태가 허준에게 바란 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죽어가는 병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그것이, 단지 이름난 의원을 넘어 심의가 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고 장차 허준이 걸어가야 할 길이었다.

스승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던 허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양 취재(내의원 시험) 길에 올랐다.

 

하지만 한양을 240리 앞둔 길에서 병들어 신음하는 무수한 사람들을 만났다.

다른 의원들은 한시바삐 길을 떠났지만 허준은 그들을 무심히 내버려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가난하여 평생 의원의 도움을 받아보지 못한 병자들이 계속 몰려왔고 버드네에서 며칠을 지체한 허준이 미친 듯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시험장의 문이 닫힌 후였다.

 

허준은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돈도 명예도 천민의 신분을 벗을 면천의 기회도 사라졌지만 그는 이미 의원 중의 의원인 심의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유의태의 귀에도 소문이 흘러들었다.

 

영달의 길이 아닌 의(醫).

치부의 길이 아닌 의.

병들어 아파하고 앓는 이들의 땀 젖은 돈으로 제 일신의 편안함을 구하지 않는 의...

이것이 유의태가 중히 여기는 의원으로서의 심지와 품성이었다.

 

모자라는 재주는 채우면 된다.
그건 세월 속에 성심만 곁들이면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노력과 단련의 경지다.
그러나 의의 길에는 노력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이 있다.
병자를 연민을 담아 보는 눈이 업을 출세나 치부의 욕망과 바꿀 수 없다는 무심지의의 바탕.

 

허준이 돌아오면서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는 출세길을 쫓아 한향으로 떠났고 다른 제자들도 스승을 원망하며 떠났다. 

비인부전(非人不傳) : 그 그릇이 아니면 물려주지 않는다.

노력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이 의원의 참모습이다.

그렇게 유의태와 허준은 전설이 되고 있었다.

 

유의태는 위암을 앓고 있었고 그는 죽음 앞에서 살신성인의 큰 결단을 내린다.

사람의 몸속을 들여다본 적이 없는 허준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 인체의 구조와 원리를 깨우쳐 의원으로서의 오랜 숙제를 풀기 바란 것이다.

그것은 허준과 세상 모든 이들에게 베푸는 스승 유의태의 마지막 은혜였다.

그 후 허준은 내의원 취재에 수석으로 합격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동의보감을 탄생시킨 허준!

그 허준에게 마음의 그릇을 만들어준 스승 유의태!

두 사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뿌듯한 자긍심을 일으키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있다.

 

[마인드] - 의원을 살리는 삼적대사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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